황리단길 식당은 관광객이 많으니 맛과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방문 전에는 조금 망설였습니다. 이번에는 한식을 먹고 싶은 마음과 비건 메뉴를 찾는 마음을 함께 챙겨 수경사에 들렀습니다. 한 상을 마주하고 보니 메뉴 구성이 서로 다른 식성을 배려하고, 공간에는 경주다운 차분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과장 없이 제가 보고 맛본 순간을 중심으로 적어봅니다.
도착 전 — 황리단길 주차 걱정부터 했습니다
황리단길을 찾을 때 먼저 떠오르는 건 주차 문제였습니다. 수경사 바로 앞에는 유료 나이스파크 주차장이 있고, 무료 주차를 원한다면 카페조르바 옆 주차장이나 서라벌 문화회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황리단길 전체 주차가 어려울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일찍 도착하는 편이 마음 편하겠습니다. 주차 계획을 세우고 나니 식사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식사 전 주차 동선을 먼저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황리단길 나들이가 덜 분주해졌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 — 절의 연못을 현대적으로 만난 공간
수경사의 공간은 경주의 옛 절과 그 안의 연못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연꽃과 연잎, 연근이라는 테마가 음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의 인상과도 이어져, 한식당에 들어왔다는 감각을 차분히 만들어줍니다. 과하게 꾸민 느낌보다 절제된 아름다움이 먼저 와닿았고, 식사를 서두르기보다 한 상을 천천히 마주하고 싶어졌습니다.
관광지 한식당이겠지 싶었는데, 연꽃과 연잎을 중심에 둔 공간을 보며 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공간의 첫인상으로 남았습니다.

황리단길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비건맛집을 찾는다면
메뉴를 살펴보며 눈에 들어온 건 둘이 나눠 먹기 좋은 한상세트였습니다. 시그니처인 2인 통들깨면 한상세트(47,000원)는 경주 소불고기와 연잎밥, 바삭연근튀김 통들깨면, 대릉원 치즈튀김으로 구성됩니다. 여름에는 청도미나리 육회물회가 포함된 2인 육회물회 한상세트(47,000원)도 있습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일행을 위한 채식 세트와 비건 세트도 있어, 외국인 동행자와 한국적인 재료와 음식을 함께 경험하고 싶을 때 선택지를 나누기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한식의 여러 결을 함께 맛보고 싶다”는 마음과 “비건 메뉴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식성에 맞는 메뉴를 따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동행과의 식사를 편하게 해줬습니다.
| 방문 전 기대 | 방문 후 인상 |
|---|---|
| 황리단길에서 비건 한식을 고르기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 비건 세트와 채식 세트가 있어 일행의 식성에 맞춰 고를 수 있었습니다. |
| 연잎밥은 익숙한 한식 메뉴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연잎 향과 잡곡의 담백함이 한 끼의 기억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
첫 번째 감동 — 연잎밥 뚜껑을 열었을 때
연잎밥을 마주하고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잡곡과 함께 쪄낸 밥은 연잎의 향을 머금어 한 숟갈씩 천천히 맛보게 했습니다. 경주 소불고기와 함께 먹을 때는 전통주로 저온숙성한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제철 쌈채소의 산뜻함이 더해집니다. 곁들여 맛본 통들깨면에서는 들깨의 고소함이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각기 다른 음식이 한 상 안에서 서로의 맛을 가리지 않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연잎 향이 올라왔습니다. 한 숟갈을 들고 나니 경주의 차분한 풍경까지 함께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연잎밥은 맛뿐 아니라 향으로도 식사의 시작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감동 — 대릉원 치즈튀김의 정체
대릉원 통 모짜렐라와 어린잎(12,000원)은 이름처럼 대릉원을 닮은 모양이 먼저 시선을 끕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가르면 안쪽의 모짜렐라가 고소하게 이어지고, 어린잎 샐러드와 아이올리 소스가 곁들여집니다. 연잎밥과 들깨면의 차분한 인상 사이에서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메뉴였습니다. 모양이 독특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지는 한편, 한입을 먹은 뒤에는 맛의 조합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름과 모양에 담긴 경주의 분위기가 한입의 기억으로 이어졌습니다.
함께 오는 사람에 따라 — 반려견과 단체 모임도
반려견과 함께 방문한다면 소형견은 케이지 동반 시 테라스 별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방문 전 전화 문의가 필요합니다. 일행이 많은 경우에는 단체석과 대관도 가능해 워크숍이나 회사 모임, 대가족 식사 장소로도 살펴볼 만합니다. 20명·30명·40명 등 대인원 모임은 예약을 먼저 문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서로 다른 방문 목적을 받아들이는 선택지가 있어, 누구와 오느냐에 따라 식사 계획을 세우기 편하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함께하는 사람이 달라도, 한 상을 나누는 마음은 같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려견 동반이나 대인원 모임은 방문 전에 조건을 확인하고 예약을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떠나며 — 경주에 오면 다시 생각날 한식 한 상
수경사
경북 경주시 사정로 57번길 25 수경사
0507-1489-0996
매일 11:00~20:30 / 노브레이크 / 라스트오더 20:00
주차: 바로 앞 나이스파크 유료주차장, 서라벌 문화회관 무료주차 가능
애견 동반: 소형견 케이지 동반, 테라스 별관 이용 / 전화 문의 필수
수경사에서 기억에 남은 건 연잎밥의 향, 통들깨면의 고소함, 그리고 한식의 재료와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낸 공간이었습니다. 비건이나 채식 메뉴를 찾는 사람과 일반 한식을 원하는 사람이 함께 방문해도 각자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있다는 점도 반가웠습니다. 매일 운영하고 브레이크타임이 없어 여행 중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을 계획하기에도 편리합니다. 황리단길에서 분위기와 음식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
한 끼를 넘어 경주의 재료와 감성을 함께 기억하게 한 식사였습니다.
